'신앙고백'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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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탁 목사의 ‘기독교 신앙칼럼’]
'신앙고백' <2편>
글/ 양의탁 목사
그랜드 래피즈 고백교회(Go Back Church) 담임목사
미국 학교는 고등학교가 매우 중요한데 재학 중에 학교를 옮기게 되면 아이들의 대학입학을 위한 계획에 많은 차질이 빚어지게 되는 상황이었다.
고교 4년간의 수업계획을 1학년 때 결정짓게 되는데 중간에 학교를 변경하게 되면 이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어 아이들 진로에 큰 장애가 되기 때문에 가능하면 학교를 옮기지 않아도 되는 범위 안에서, 즉 같은 학군에 속해 있는 주소지로 이동을 해야만 했었다.
그러니 이사 갈 집을 찾는다는 것은 더욱 힘들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일찍이 여러 부동산 사무실에 부탁을 해 놨지만 아무런 답변이 오질 않았다.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신분 문제였다. 한 마디로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사람에게 누가 집을 빌려주겠느냐는 것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보증인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나 누가 보증을 서 주겠는가? 아무도 없었다.
결국 우리 가족은 집을 얻지 못하면 홈리스(Homeless)가 되어 남자와 여자로 구분되어 단기간 숙식을 할 수 있는 쉘터로 가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쉘터를 알아봤다 아들과 나는 남자 쉘터로 아내와 딸은 여자들만 보호하는 여자 쉘터로 옮겨가게 되었다.
백인, 흑인 할 것 없이 전 세계 다양한 민족이 쉘터에는 모여들었다. 그러므로 문제도 많이 생기고 구타도 일어나고 인종 차별적인 일들은 빈번히 발생되는 곳이 쉘터였다.
나는 참으로 비참한 마음이 들었다. 특히 나와 아들보다는 아내와 딸이 더 걱정되었다. 아빠 잘못 만나 생고생을 하다가 이제는 별 희한한 경험까지 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가슴이 미어졌다.
특별히 아내는 유난히 깔끔을 떠는 성격인데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고 딸은 중학생 때 유대인 여자선생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오랫동안 고생하다가 이제 겨우 조금 추스른 상태인데 혹시나 그 험악한 곳에서 또 상처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하나 하는 마음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 했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갔고 이제 집을 비워야 하는 날이 내일 모레로 다가왔다. 공교롭게도 집을 비워야 하는 그 날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모두가 휴가를 떠나고 밤에는 전국에서 폭죽을 터뜨리며 미국 독립을 기념하며 기뻐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우리 가족에게는 길거리로 내몰리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온갖 정보를 다 동원해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부탁을 해 놓았고 여러 쉘터를 인터넷으로 방문해서 우리 가족의 입주를 요청했었다. 그러던 중에 한국인 목사님이 자신의 소유로 가지고 있는 가정집을 쉘터로 운영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그래서 연락을 급히 드리고 관리하시는 권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 곳은 여자만 받는 쉘터인데 천만다행으로 마침 집이 비워져 있어서 아무도 없기 때문에 다른 입주자가 오기 전까지는 우리 가족 모두가 헤어지지 않고 그곳에서 함께 기거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왔다.
나는 비록 며칠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우선 당장 가족들이 헤어지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눈물이 났다. 그래서 입주 전날인 내일 방문해서 소정의 절차인 입주 전 교육을 받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렇게 그날 밤을 맞이했다.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마음이 안절부절 심란했다. 상상도 못했던 이산가족의 아픔이 내 눈앞에서 현실로 다가와 있는 실정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하실 기도 방으로 발을 옮겼다. 지하실 문을 열었는데 아내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나는 아내와 딸이 싸우나 싶어서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살며시 소리를 죽이며 살펴보니 아내가 앉아서 기도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에는 조용히 중얼거리며 기도하던 아내가 그날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천정을 향해 삿대질을 해가며 주님께 항의하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렇게 하세요? 무슨 큰 죄를 우리가 지었다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세요? 네? 말씀을 해보세요!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고…” 하면서 처절하게 외쳐 대며 기도를 하고 있었다.
마음이 아팠다. 환경이 너무 열악해지니 이제는 미쳐가는 것 같아서 가슴이 쓰라렸다.
남편 잘못 만나서 조용하던 아내도 저렇게 변하는구나 싶은 마음에 더욱 슬펐다. 그래서 조용히 계단을 올라와서 문을 닫고 내 방으로 왔다.
새벽에 일어나서 기도하자 마음먹고 애써 잠을 청했다. 몇 시간 잤을까? 새벽 3시가 채 되지 못한 시간이었다. 나는 지하실로 조용히 내려가서 기도를 시작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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